인생이 좀 쓰다 싶은 날엔(꼬부기가 호에게)
호야.
사람이 살다 보면 말이지,
믿었던 사람한테 뒤통수 한 번 제대로 맞고 나면
입 안에 먹기 싫은 씁쓸한 엿 하나 물려 있는것처럼
세상이 다 지겨워질 때가 있어.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
그땐 진짜 맞는 말 같지.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친구한테 전화해서
“친구야, 지금… 소주 한 잔 같이 할 수 있냐?”
근데 말이야,
그 순간 당장 달려와 주는 친구가 없다고
서운해하지 마라.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진짜 친구는 말이다
네가 단지 외로워서가 아니라
삶이 벼랑 끝 같아 보일 때,
그때 비로소 나타나는 놈이야.
세상에 다 손 털고 싶어질 때,
한 발 늦더라도 결국 네 옆에
도착할 한 명, 꼭 있다.
혹시…
진짜 없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말이야,
조급해하지 말고,
먼저 떠날 생각은 하지 마라.
그 친구는
조금 늦을 뿐일지도 모르니까.
인생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땐
걸음을 잠시 멈춰도 괜찮아.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약간 맛이 간 놈처럼 씨~익 웃을 수 있는 여유
그 한 번의 미소가
생각보다 꽤 오래,
우릴 붙잡아 주더라.
추억은
혼자 마시는 소주보다
더 쓴 것도 있지만,
그만큼 달달한 순간도 있었다는 걸
기억나게 해주거든.
그러다 문득,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숨겨두었던
그리움의 보따리를 하나씩 풀게 되지.
예전 그 사람,
지금은 멀리 있지만
한때는 눈빛만으로도 온 마음을 데우던 사람.
그리워서,
아니,
사랑했기에…
행복했었다고.
아무도 듣지 않는 방 안 어딘가,
중얼중얼 혼잣말처럼
“그땐 참 좋았지...
고마웠어...
사랑했었어...”
그렇게
작은 방백 하나로
지나간 시간을 꺼내어 안아보기도 하며
우리는 오늘을,
또 하루를,
그렇게 견디는 거야.
달려올 놈이 없다고
먼저 떠나버리면
결국 너만 손해다.
허세도 좀 부려보고,
“요즘 바빠 죽겠다”며
의연한 척도 해보고,
그러면서 시간을 벌어.
그 사이,
누군가 네게로
조용히 다가오고 있을지도 몰라.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이면
억지로 피하려 하지 말고
그냥 맞아봐.
그 빗방울 속에
네가 말 못한 속내,
알게 모르게 쌓인 외로움,
다 씻겨나갈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어느 날엔
그냥 이유 없이 한 번,
소리 내 웃어봐.
너 아직
웃을 수 있는 사람이야.
호야.
인생은 원래 독고다이 마이웨이야.
쓰벌 남들 눈치 보며
하고 싶은 거 꾹 참고 살아봤자
남는 건 억울함뿐이야.
내일 떠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면
오늘 하루,
조금은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되잖아?
무너지지 말고,
지치더라도
꺾이지는 말자.
그리고 기억해라
너의 인생,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 않다.
그러니
오늘 하루,
살아내느라 수고했어.
그리고,
내일도…
조금 더 살아보자.
꼬부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