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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34

봄이 온다네...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꽃은 다시 핀다.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돌려보낼 줄 알아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되돌려줄 줄 알아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도종환 "다시 피는 꽃"중에서 —-------♡-------♡-------♡-------가끔 기차 여행을 하다 보면차창 밖 풍경이 천천히 흘러가던 어느 순간 객실 안에 조용한 안내 멘트가 들려오곤 합니다.“이번에 정차할 역은 하동역입니다.”그 짧은 한마디가 이상하게도마음을 설레게 합니다.아직 보이지 않는 풍경이어딘가에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예고이기 때문일 겁니다.봄도 그런 식으로 오는..

꼬부기의 글첩 2026.03.16

봄비가 옵니다.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 고정희 봄비 -며칠 전까지만 해도차갑게 불어오던 매서운 바람이어느새 촉촉한 봄비로 바뀌어대지를 두드립니다.찬 바람 소리는 작아지고, 봄이 오는 소리는오히려 더 또렷해집니다. 계절이 문 앞에 서 있는지 아니면이미 거실 한켠에 앉아 있는지분간이 되지 않는 순간입니다.거리의 찬 바람은 조금 느슨해졌고얼굴을 스치는 바람엔 봄기운이 감돌아사람들의 표정에도 아주 옅은 미소가 번집니다.나뭇가지 끝에는 아직 보이지도 않는새잎의 숨..

꼬부기의 글첩 2026.03.0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말을 믿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이 말은 변명 뒤에 붙는 꼬리가 아니다.상처가 아물며 돋아나는 새살에 가깝다.무너진 이유를 덜어낸 자리에서다시 일어서겠다고마음속에 눌러 쓰는 고요한 약속.비가 오래 내려신발 속까지 젖은 날에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는 약속 장소로 향한다.마음이 다 식어버린 것 같은 밤에그럼에도 불구하고,안부를 묻는다.세상이 등을 돌린 듯 느껴지는 순간에그럼에도 불구하고,나를 포기하지 않는다.이 말에는 묘한 품위가 있다.억울함을 소리치지 않고,좌절을 과장하지 않으며,주어진 조건을 모두 인정한 채한 걸음 더 내딛는 자세.살다 보면 계산이 맞지 않는 날이 더 많다.노력은 곧장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진심은 때로 오해를 입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는 다시 믿는다.사람을, 시간을,그리고 내일..

꼬부기의 글첩 2026.02.25

감사합니다~ 여러분!

The birds they sang at the break of day "Start again", I seem to hear them say Don't dwell on what has passed away Or what is yet to be 새들은 하루의 시작을 위하여 지저귀고 나는 다시 시작을 하자는 새들의 속삭임을 듣고 있네 지나간 그 무엇과 아직 있지도 않은 그 무엇에도 신경을 쓰지 말기를... - Leonard Cohen 의 Anthem 가사중에 -어느새2025년의 달력은마지막 장을 남겨 둔 채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한 해를 접는 이즈음이 공간을 찾아잠시 머물러 주신 여러분께 저의 마음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습니다.가진 것을 잃고서야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건시간이 남긴가장..

꼬부기의 글첩 2025.12.26

인간의 도리

대다수의 사람들은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채 살아간다.그들은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며그것이 옳다고 믿는다.하지만 진짜 삶은자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끝까지 따라가는 데 있다.- 헤르만 헤세《데미안》 중에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앞에 서기보다조금 뒤에 서는 법을 배운다.젊을 때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가면말과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인간의 도리란옳고 그름을 외치는 기준이 아니라상처 나지 않게 다가가는 거리 감각이다.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인내,자랑 대신 고개를 낮추는 선택,이기고 싶은 순간에굳이 이기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삶의 후반으로 갈수록우리는 알게 된다.말이 많을수록 실수가 많아지고,말을 아낄수록사람의 무게는 깊어진다는 것을.그래서 어느 날부터는달변보다 침묵이..

꼬부기의 글첩 2025.12.20

90세 이상...

술집 벽에 붙은“90세 이상 흡연 가능”그 문장을 보고 웃었다.그리고 조금 늦게마음이 반응했다.세월은이런 농담 속에도조용히 자국을 남긴다.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며이제는 조금 느슨해져도 된다고말해주는 것처럼...후배와 소주 한잔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깨달았다.내 나이와 90은이제 멀리 있지 않다는 걸...한때 나이는언젠가 오를 산이었고,시간은 끝없이 남아 있는 줄 알았다.이제는 안다.시간은 말없이 흐르지만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벽의 문장을 보며 지은 미소에는아쉬움과 두려움그리고 여기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한고마움이 함께 섞여 있었다.이제는 그 감정들을그대로 둬야한다.술 한 잔에도 몸이 먼저 반응하고아침은 느리게 오지만그 속도 덕분에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이 있다.삶은 늘투박한 농담처럼 다가온다...

꼬부기의 글첩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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