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물은 늘 멈칫거리는 것 같다. 뒤돌아보며 가는 사람 같기도 하고 떠나기 싫어서 미적거리는, 그래서 조금만 만류해도 금세 돌아설 사람 같기도 하다. 흘러오는 물은, 강아지가 달려오듯이, 고양이가 꼬리를 치켜들고 벽에 옆구릴 비비며 오듯이, 수초며 모래톱 같은 것에 몸을 스치며 온다. 오는 물이 만남의 물이라면 가는 물은 헤어짐의 물이라고나 할까. 같은 물인데도 다리를 경계로 해서 흘러가는 물과 흘러오는 물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 손광성, '다리 위에서' 중에서 - 1989년, 라디오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가 흘러나오던 그 해.나는 청춘의 가장 뜨거운 중심에 서 있었다.조금은 거칠고, 또 많이 당당하던 시절이었다.그 노래의 가사 하나하나가마치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