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BIG

인연 5

홀씨처럼 흩어진 인연들에게

바람에 불려가는 홀씨는 물기의 끝, 무게의 끝입니다.세상에서 가장 잘 말라 있는 이별, 그리하여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결별, 민들레와 민들레 꽃은 저렇게 헤어집니다.이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지 않습니다.만나는 순간, 이별도 함께 시작됩니다.민들레는 꽃대를 밀어 올리며 지극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홀씨들을 다 날려보낸 민들레가 압정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이문재의 민들레 압정 -살다 보면 이름조차 희미한 수많은 인연들이 계절 바람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무 일 아닌 듯 흘러간 그 순간들이 내 마음 어딘가를 적시고 있었다는 걸. 되돌아보면, 나는 너무 조용히 사랑했고, 너무 쉽게 기대했으며, 또 너무 많이 바랐던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다했느냐고 묻는다..

꼬부기의 글첩 2025.06.09

이름 붙일 수 없는 마음에 대하여

인연은 그런 것이란다. 억지로는 안 되어.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잉. 지금 너한테로도 누가 먼 길 오고 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겄지. 물 한 모금 달라고.- 소설가 최명희의 "혼불" 중에서 - "혼불" 속 어느 한 대목처럼,그 사람은 지금 어딘가에서누군가를 향해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조금은 지쳐서,오다가 발을 헛디뎌 주저앉고물 한 모금 달라며 숨을 고르는 중일지도.그래서 인연은 기다림이라 부른다.말보다 앞선, 말 없는 부름.사랑도 마찬가지다.사물은 이름을 가져야 존재하지만,사랑은, 그 사이에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되려 멀어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우리 사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라는 질문 속에이미 이름 없..

꼬부기의 글첩 2025.05.07

소리 없이 오는 인연은 커피를 닮았다

2025.04.22 | Original: 2012. 4. 25. 16:59 by 돋보기 쓴 꼬부기서툰 날의 마음이,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시 적어본다. 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다.이제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그리워하고지금 만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앞으로 만날 사람들을 그리워할 것이다.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리움을 불러오는 이 시간,창 넓은 카페에서 친구와 나누던 커피가 생각난다.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기억이 없지만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그 친근했던 얼굴이 낯설게만 다가온다. - 김성문 님, '커피 한잔의 여유' 중에서 -참 묘하다.별다른 이유도 없이,그 사람이 문득 떠오른다. 촉촉한 봄비가 유리창을 적시는 이 시간,잔잔히 퍼지..

꼬부기의 글첩 2025.04.22

벚꽃의 인연

2012. 4. 21에 올렸던...ㅎㅎㅎ “꺼진 열정에 다시 불을 지펴주는 것,그것은 바로 타인과의 만남이다.영혼의 불꽃을 살려준 이들에게 깊이 감사해야 한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 때로 삶은 고요한 정적 속에서 숨을 죽입니다.그럴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찬란한 성취도, 커다란 행운도 아닌—예기치 않게 스며든 '사람과의 만남'이지요.그 만남은 봄날의 꽃씨처럼마음 밭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따스한 바람과 햇살을 머금고 피어납니다.그리고 우리가 그 인연에 정성을 다해 물을 주기 시작할 때,서로의 삶 속에서작은 꽃이 되어 향기를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어느 날,어느 곳,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몰라도—그 우연을 운명이라 믿는다면,그 만남이 어찌 가볍게 여겨지겠어요?비록 오래 머물지 못한 인연일지라도,..

꼬부기의 글첩 2025.04.11

박산행을 접으려 등산화를 정리 하던중에...

한 번의 손길, 작은 웃음, 친절한 말 한마디, 또는 아주 사소한 보살핌의 힘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과소평가한다. 그 모든 것들은 인생의 고비를 넘어가게 해줄 만한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 - 미국의 저술가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글 중에서 늘 내 발을 따스하게 감싸 주었지만,한 번도 너를 귀하게 대해 주지 못했던 나. 질척한 땀과 지독한 발냄새를아무 말 없이 받아내면서도단 한 번도 투정 부리지 않았던 너. 험난한 비탈길에서, 거친 바위 능선에서휘청거리는 내 다리를 끝까지 지탱해 주며묵묵히 나를 지켜주던 너는내가 지나온 모든 길을그 누구보다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겠지. 산행 금지 구역에서감시원의 눈을 피해 몰래 비박하던 밤,너도 내 심장 소리만큼이나두근거리고 있었을까?부상당한 산우의 배낭까지 메고땀에 절어..

꼬부기의 글첩 2025.03.23
728x90
반응형
B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