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불려가는 홀씨는 물기의 끝, 무게의 끝입니다.세상에서 가장 잘 말라 있는 이별, 그리하여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결별, 민들레와 민들레 꽃은 저렇게 헤어집니다.이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지 않습니다.만나는 순간, 이별도 함께 시작됩니다.민들레는 꽃대를 밀어 올리며 지극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홀씨들을 다 날려보낸 민들레가 압정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이문재의 민들레 압정 -살다 보면 이름조차 희미한 수많은 인연들이 계절 바람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무 일 아닌 듯 흘러간 그 순간들이 내 마음 어딘가를 적시고 있었다는 걸. 되돌아보면, 나는 너무 조용히 사랑했고, 너무 쉽게 기대했으며, 또 너무 많이 바랐던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다했느냐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