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바다다 — 밀물과 썰물의 소리는 달랐다
자산시장의 리듬, 그리고 흐름을 읽는 법
바다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엔 파도가 있고,
그 파도엔 리듬이 있다.
유동성도 그렇다.
돈이 시장으로 밀려들 때,
세상은 흥청거리고
자산의 가격은 부풀어 오른다.
밀물의 소리는 달콤하다.
저금리, 완화적 통화정책, 유동성 파티,
자산의 광란, 그리고… 늦게 도착한 자들의 과감한 베팅.
그러나 썰물은 다르다.
똑같은 물결이지만,
그 빠져나가는 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떠날 뿐이다.
돈은 왜 왔다가, 왜 그렇게 떠나는가
금리 인상은 마치 조석(潮汐)의 신호 같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순간,
돈은 되묻는다.
"여기에 머무를 이유가 아직도 있나?"
돈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흘러간다.
더 높은 수익, 더 안전한 항구,
더 단단한 나라를 향해.
그리고,
자산 시장은 그 이탈을 몇 주 늦게야 느낀다.
이미 썰물은 시작됐고,
남은 건 바닥에 드러난 암초들뿐.
유동성은 충격이 아니라 ‘부재’로 시장을 망가뜨린다
2008년, 2020년, 그리고 어쩌면 지금.
위기의 순간마다 문제는 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돈이 흐르지 않는 것이었다.
은행이 서로를 믿지 않고,
기업이 투자를 멈추며,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순간.
유동성의 부재는, 공기 없는 방과 같다.
무너지지 않아도, 숨이 막힌다.
밀물의 시대는 끝났는가?
전 세계는 팬데믹 이후의 초저금리 시대를 뒤로하고
이제 다시 ‘정상화’라는 단어를 곱씹고 있다.
미국은 유동성을 줄이고,
ECB는 금리 인상을 고민하며,
신흥국은 ‘자본이 떠나기 전에’ 방어막을 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 줄 것이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먼저 줄이느냐”이다.
왜냐면 유동성의 썰물은,
가장 약한 곳부터 파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바다에서 어떤 파도에 서 있는가
한국의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이자 부담은 커졌고,
가계는 더 조심스러워졌으며,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정지된 시간' 속에서
다음 파도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수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읽는 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면…
“밀물의 시절은 달콤했지만,
썰물의 시간은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는 리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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