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고향이 그리운 여행자다
자본 유출의 심리학
비행기 창가에 앉은 낯선 여행자처럼,
달러는 언제나 ‘떠나고’ 있고 ‘돌아오길’ 꿈꾼다.
그것은 통화이자 정서이며,
시장의 불안이 투영된 한 조각의 초상이다.
달러는 고향을 떠난다.
더 높은 이자율, 더 강한 성장, 더 탄탄한 정치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그러다 불안의 파도가 일면,
그 돈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다.
고향이 그리운 것이다. 아니, 안전이 그리운 것이다.
자본은 여행을 왜 떠나는가?
달러는 ‘수익률’이라는 지도를 따라 움직인다.
국내보다 높은 금리, 더 강한 통화, 더 유망한 산업이 있는 나라로 자본은 흘러든다.
신흥국은 그 흐름의 목적지가 되곤 했다.
그런데 —
2024년 말, 미국이 고금리를 지속하면서
달러는 다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떠났던 돈이 돌아오고,
한때 붐을 이뤘던 신흥국 채권은
점점 외로워졌다.
자본의 이동은 경제 논리를 따르지만,
그 본질은 결국 심리다.
"위험이 커질 때 사람들은 수익보다 안정을 택한다."
떠난 자본, 남겨진 신흥국
자본 유출이 시작되면
통화는 약세를 보이고, 외환보유액은 빠르게 줄어든다.
이자율을 급격히 올려 자본을 붙잡으려 해도
이미 발은 공중에 떠 있다.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 불안은 환율에 새겨지고, 채권금리에 새겨지고, CDS 프리미엄에 새겨진다.
그리고 그 뒷면엔
늘 한국이 있다.
한국은 방파제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의 자산시장은
이 글로벌 달러 흐름에 늘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는 증가 추세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기 수익”을 노린 차익거래성 자금이 대부분이다.
즉,
달러는 언제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의 외환 방어 능력은 충분한가?
▶금리 인상 없이 자본 유출을 막을 방법은 있는가?
▶위기 상황에서 정책적 커뮤니케이션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떠나는 돈에게 건네는 한 줄 편지
“너는 떠날 자유가 있고,
우리는 너 없는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
달러는 여행자이자 유목민이다.
하지만 그 여정은 늘 뚜렷한 목적지를 향한다.
우리는 그 흐름에 떠밀리는 대신,
파도를 읽고, 항로를 선점해야 한다.
'노벨 경제학(금융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제원자재 가격 급변동 및 대응 전략 (28) | 2025.04.24 |
---|---|
금융 에세이 시리즈 3편 (70) | 2025.04.21 |
금융 에세이 시리즈 1편 (46) | 2025.04.20 |
외환보유고는 나라의 체온이다 (35) | 2025.04.19 |
한국 경제의 안전벨트 3가지 (15) | 2025.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