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과 배려 한낮의 태양이 지붕을 녹이고 아스팔트가 숨을 헐떡일 때, 작은 생명들은 그늘 한 조각, 물 한 방울을 꿈꾼다. 누군가 아주 조심스럽게 수도꼭지를 살짝 틀어놓았다. “잠깐이라도 시원하렴” 그 말 대신 흐르는 수돗물 참새들은 그 아래에서 부리를 적시고, 날개를 씻고, 세상과 화해하듯 웃는다. 무더위 속에서도 세상은 아직 다정하다는 걸 작은 수도꼭지가 알려준다. 그 한 방울이, 누군가에겐 생의 오아시스니까. 꼬부기생각~♡ 꼬부기의 글첩 2025.06.22
봄여름가을겨울 — 변해가는 것들에 대하여 흘러가는 물은 늘 멈칫거리는 것 같다. 뒤돌아보며 가는 사람 같기도 하고 떠나기 싫어서 미적거리는, 그래서 조금만 만류해도 금세 돌아설 사람 같기도 하다. 흘러오는 물은, 강아지가 달려오듯이, 고양이가 꼬리를 치켜들고 벽에 옆구릴 비비며 오듯이, 수초며 모래톱 같은 것에 몸을 스치며 온다. 오는 물이 만남의 물이라면 가는 물은 헤어짐의 물이라고나 할까. 같은 물인데도 다리를 경계로 해서 흘러가는 물과 흘러오는 물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 손광성, '다리 위에서' 중에서 - 1989년, 라디오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가 흘러나오던 그 해.나는 청춘의 가장 뜨거운 중심에 서 있었다.조금은 거칠고, 또 많이 당당하던 시절이었다.그 노래의 가사 하나하나가마치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꼬부기의 글첩 2025.06.17
외롭지 않다면 알 수 없던 것들 “외로움이란, 결국은나를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기다림이다.”- 류시화 -인간은 인연의 끈에 기대어 살아가면서도정작, 스스로가 혼자인 존재라는 사실을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누군가의 온기,그 따뜻한 숨결을 갈망하며텅 빈 마음의 빈방을 오래도록 열어두는 것그것이 우리가 감히 외로움이라 부르는 감정의본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외로움은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 같아서기꺼이 깊숙이 몸을 던져본 사람만이그 심연의 온도를, 파문의 무게를 알게 되지요.오늘 내 안에 가만히 내려앉은이 외로움도 언젠가는 먼 기억의 저편에서고요히, 아주 천천히 스러질 날이 오겠지요. 그리고 언젠가,더 깊은 외로움을 지나고 나서야오늘의 이 고독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노라담담한 미소로, 조용히 돌아볼 수 있게 될까요.다른 이의 아픔 앞에.. 꼬부기의 글첩 2025.06.11
홀씨처럼 흩어진 인연들에게 바람에 불려가는 홀씨는 물기의 끝, 무게의 끝입니다.세상에서 가장 잘 말라 있는 이별, 그리하여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결별, 민들레와 민들레 꽃은 저렇게 헤어집니다.이별은 어느 날 문득 찾아오지 않습니다.만나는 순간, 이별도 함께 시작됩니다.민들레는 꽃대를 밀어 올리며 지극한 헤어짐을 준비합니다.홀씨들을 다 날려보낸 민들레가 압정처럼 땅에 박혀 있습니다.- 이문재의 민들레 압정 -살다 보면 이름조차 희미한 수많은 인연들이 계절 바람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무 일 아닌 듯 흘러간 그 순간들이 내 마음 어딘가를 적시고 있었다는 걸. 되돌아보면, 나는 너무 조용히 사랑했고, 너무 쉽게 기대했으며, 또 너무 많이 바랐던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다했느냐고 묻는다.. 꼬부기의 글첩 2025.06.09
말에도 모양이 있다 만일 삶의 관점에서 도형들의 서열을 매긴다면 원이 으뜸이며 사각형은 한참 뒷줄에 놓일 것이다. 원은 한 점에서 중심을 잡으면 자신에게 속한 모든 것들과 똑같은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노련미가 들어 있다. 그러나 고분고분하지 않고 모난 것을 지닌 것들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 진은영, ‘한 장의 생각’ 중에서 - 말은누군가를 깎아내리는 칼이 아니라서로를 높여주는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가상대의 하루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걸우리는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제의 그 자리에 대하여다시 한번 묻습니다.당신의 말은,누군가의 자존을 조용히 허물고 있지는 않습니까?당신의 말은,그저 익숙하다는 이유로, 가까워졌다는 착각으로타인의 경계를 무심히 밟고 있지는 않습니까? 말에도 발끝이 있습니다.그 끝이.. 꼬부기의 글첩 2025.06.03
노벨 문학상 1962년 수상자 존 스타인벡 (John Steinbeck, 1902–1968)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노동자와 농민의 삶을 생생히 그려낸 작가이며, 그는 대공황 시기의 고통과 희망을 그린 분노의 포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문학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현실 비판과 인간애를 동시에 담았으며 그의 작품 다수는 영화화되어 대중과도 깊이 소통했고, 사실주의와 서정성의 조화를 보여줬습니다. 196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통찰”을 인정받았고,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1. 출생과 성장 배경㉮ 출생 : 1902년 2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샐리너스(Salinas)㉯ 가정환경 :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 존 어니스트 스타인벡은 카운티 재무관, 어머.. 노벨 문학상 2025.06.01
한 잔의 위로(병든자여 나에게 오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 「수선화에게」 중에서 -살다 보면문득 그런 날이 있다.방 안에 가만히 있어도세상이 너무 크고,나는 너무 작게 느껴지는 날.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아니면 그냥떠밀리듯 흘러가는 건지갈피 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날.그럴 땐익숙한 골목 어귀의 작은 술집을 찾는다.간판은 세월에 바래 흐릿해졌지만,등불 하나만큼은 늘 반가운 그곳.그리고 늘 같은 자리에 있는한 사람.말보다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그 친구는,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병든 자여, 이.. 꼬부기의 글첩 2025.05.31
그때, 우리는 벗이었다. “오래 찾아야 하고, 잘 발견이 안 되며,유지하기도 힘든 것이 친구이다.”– 제롬 –친구라는 말 너머,‘벗’이라는 이름이 따뜻하게 스며드는 순간이 있습니다.말이 없어도 통했고,괜히 웃기만 해도 하루가 풍성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노을이 호수를 천천히 물들이듯,우리 사이엔 조용하지만 깊은 공감이 흘렀습니다.지친 마음을 웃음으로 감싸주고,가끔은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세상이 다시 노래하곤 했어요.가슴이 뛰는 일이 생겼을 때,누구보다 먼저 눈을 반짝이며“그래! 이거지!”하고 소리쳐주던 사람들.그 말 한마디에 기쁨이 배가 되고,우린 그렇게아무 것도 아닌 하루를 축제로 만들곤 했죠. 비 온 뒤의 맑은 하늘처럼,그 우정은 언제나 맑고 투명했습니다.밤길이 아무리 어두워도,서로의 온기가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 꼬부기의 글첩 2025.05.27
2025년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 및 시사점 국제유가 하락, 한국, 신흥국 간 엇갈린 영향 :2025년 초 배럴당 80달러선까지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하락 전환하여 4월 말 기준 WTI 기준 60달러선을 하회하였으며, 이는 2021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완화, 미국 내 셰일오일 공급 확대 등을 근거로 2025년 하반기 국제유가가 60달러 이하에서 등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수입 구조와 국가 재정, 물가 기조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1. 국제유가 동향 및 주요 원인 분석1-1 2025년 상반기 유가 흐름㉮ 2025년 1월: 중동지역 군사적 긴장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의 에너지 인프라 타격 등으로 유.. 노벨 경제학(금융 투자) 2025.05.26
얻음과 나눔 얻음으로써 우리는 생계를 유지한다.줌으로써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 노먼 맥케스완 -우리가 살아가면서 참 많은 것을 얻습니다.하루를 바쳐 일하고,그 땀의 대가로 돈을 벌며,그 돈으로 집을 사고, 밥을 짓고,아이를 키우며,버거운 오늘을 조용히 견뎌냅니다. 얻는다는 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누구나 그것 없이는 이 삶을 지켜낼 수 없습니다.하지만인생이란 그저 살아내는 것만으로는온전히 완성되지 않기에 사람의 마음은,무언가를 줄 때 비로소 깊어지고 따뜻해집니다.사랑이 없이는 줄 수 없습니다.베푼다는 말은 늘 쉬워 보이지만,막상 내 삶이 고되고 여유가 없을수록그 실천은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지친 하루 끝,내 작은 몫을 떼어 누군가에게 건넨다는 것거기엔, 조용하지만 분명한 용기가 담겨 있습니다.삶에 지치고 마음이.. 꼬부기의 글첩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