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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특별한 벚나무들이 있다.
그 꽃은 하늘을 향하지 않고,
버드나무처럼 조용히 아래로 늘어진다.
수양벚꽃...
그건 아마도
조용히 머리 숙이는 방식의 꽃.
버드나무처럼
조용히 늘어진 꽃잎 아래
우리는 고개를 숙였다.
그 이름들 앞에,
봄이 다시 피어나도
지워지지 않는 말이 있었다.
벚꽃은 해마다 피지만
그 꽃잎 하나하나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 이의 이름처럼
하늘을 향해 흔들렸다.
내가 두 살이던 봄,
아버지는 군복을 입고
마지막 봄을 건넜다.
나는 기억보다 작았고
그분은 총성과 함께
꽃이 되셨다.
이제 나는
당신이 남긴 시간을 살아간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당신의 젊은 날을
조용히 되짚는다.
당신은
그 짧은 생애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랑을 품었을까.
나는 내 아이를 안을 때마다
그 사랑의 깊이를,
당신의 마음을,
새삼 헤아린다.
벚꽃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 찬란함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피어난 것.
누군가의 마지막 봄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 봄을
‘지금 여기’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현충원의 벚꽃은
수양벚꽃으로 피었나 보다.
위로만 뻗지 않고,
아래로 고개를 드리운 그 자태로
살아남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잊지 마라,
너의 봄은 누군가의 마지막이었다.”
그러니
벚꽃 아래 선 우리는
고개를 들되, 잊지 말자.
그대들이 있었기에
이 봄이,
이 자유가,
이 삶이 피어난 것임을.
벚꽃은 피고 지지만
기억은 남는다.
그 기억으로
우리는 또 한 번
봄을 살아낸다.
2025년 4월 13일
꼬부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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