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 「수선화에게」 중에서 -살다 보면문득 그런 날이 있다.방 안에 가만히 있어도세상이 너무 크고,나는 너무 작게 느껴지는 날.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아니면 그냥떠밀리듯 흘러가는 건지갈피 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날.그럴 땐익숙한 골목 어귀의 작은 술집을 찾는다.간판은 세월에 바래 흐릿해졌지만,등불 하나만큼은 늘 반가운 그곳.그리고 늘 같은 자리에 있는한 사람.말보다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그 친구는,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병든 자여, 이..